-
[칼럼] 서울시에 주민자치는 있는가?학회칼럼 2017. 12. 4. 15:27
有僧曰 “拘子還有佛性也無?”
州曰 “無.”
僧云 “一切衆生皆有佛性,拘 子爲甚麽却無?”
州云 “爲伊有業在.”
어떤 스님이 묻기를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가 대답하기를
“없다.”
스님이 묻기를
“위로는 부처님과 아래로는 벌레까지도 모두 불성이 있다고 하였는데, 개는 어째서 없습니까?”
조주가 말하기를
“그는 업식이 있기 때문이라.”僧問趙州 “拘子還有佛性也無?”
州云 “有.”
僧云 “皆有,爲甚麽却撞入這箇皮袋?”
州云 “爲他知而故犯.”
어떤 스님이 조주에게 묻기를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조주가 대답하기를
“있다.”
스님이 묻기를
“기왕 불성이 있을 진대는 어찌하여 저 가죽 부대에 들어갔습니까?”
조주가 말하기를
“그가 알고도 짐짓 범하는 까닭이라.”
어려운 비유를 꺼내 들었습니다. 개에게 불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주선사는 ‘있다’ 또 ‘없다’며 앞 질문과 뒷 질문에 각기 다르게 답을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합니다. 한번은 ‘있다’, 한번은 ‘없다’로 모순되는 답을 하면서도 기어이 묻는 사람들이 눈을 뜨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요. 정책도 모순되는 질문들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건강해 집니다.동 마을복지센터는 공공의 공약인가?
서울시는 ‘동 마을복지센터’라는 동사무소를 전면 개편하는 프로젝트를 ‘시장의 거역할 수 없는 공약公約’이라면서 마구 밀어 붙이고 있습니다. 시장선거에서 공약은 다만 공약이며, 서울시장의 정책은 아닙니다. 시장후보 개인의 공약을 서울시의 정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책화政策化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합니다. 그 정책화 과정을 시장의 공약이라고 생략하거나 밀어 붙인다면 군사정권에서 윗분(?)의 뜻이라고 밀어 붙이던 독재와 다를 바 없습니다.
동 마을복지센터를 추진하면서 가능한 한 ‘조용조용’하고 ‘쉬쉬’하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무엇이 두려워서 일까요? 사적차원의 결심인 공약을 공적자원의 실행인 정책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당사자들 간의 토론회도, 수혜자인 시민의 의견청취도 전문가들의 비판들도 담겨져서 숙성시켜야 합니다.
길가에 집을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자고 목소리 높여서 주장하던 박원순 시장이 왜 쉬쉬의 형식으로 추진을 하는지요. 근본적으로 주민자치로 하여야 할 일을 서울시의 정책으로 하겠다는 모순이 내재돼 있고, 주민이 해야 할 일을 공무원을 증원해서 공무원들이 하도록 하겠다는 모순이 내재돼 있고, 증원하는 공무원은 특정계층이 포함되도록 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서울시에 있기도 없기도 한 주민자치
누가 “서울시에 주민자치가 있습니까?” 물으면, 단호히 “없습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무용지물이며, 주민자치위원은 무능하므로 동 마을복지센터를 추진하면서 주민자치위원회를 해체하다시피 하고, 새로이 구성하자는 의견도 대두될 정도입니다. 동장들의 경영방침에 따라서 행사 시마다 기부를 하고, 봉사를 하고, 동의 일에 협력을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주민자치는 없는 것입니다.
주민자치위원의 입장에서는 서울시는 달면 삼키다가 쓰면 뱉는 형국甘呑苦吐이요, 잘못은 서울시가 저질로 놓고 주민자치위원을 매도하는 형국賊反荷杖일 것입니다. 감히 말하건대 서울시의 업식業識 때문에 서울시의 주민자치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누가 “서울시에 주민자치가 있습니까?” 물으면, 단호히 “있습니다”라고 답할 것입니다. 날뛰는 구의원의 견제를 받아가면서도 공무원들의 무시를 알면서도 마을의 일을 담당해오고, 공무원보다 낮은 수준의 몰입이지만, 별도의 생업이 있으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주민자치위원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주민자치냐고 비난할 수 있지만, 서울시는 그런 자격이 없습니다. 몇 백억원이나 되는 돈을 ‘마을공동체’ 한답시고 쏟아 부으면서도 몇 천만원도 들지 않는 구 주민자치협의회장 해외 선진지 견학하나 보내자는 제안도 외면해 버리면서 주민자치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감히 말합니다. 서울시에는 주민자치가 있습니다.
기왕에 힘도 갖고 있지만, 잘 알고도 짐짓 범하는 까닭을 깨닫는 서울시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가 봅니다. 그런 여유를 가지라고 권유하는 것도 무리일까요?2015년 3월
한국자치학회장 전상직
'학회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칼럼] 품위 있는 마을은 주민과 마을의 일이 결합하는데서 부터 (0) 2017.12.04 [칼럼] 사람이 視廳言動하고, 視廳言動도 사람을 만든다 (0) 2017.12.04 [칼럼] 주민자치, 먼저 백척간두에 서서 다시 진일보해야 하는데 (0) 2017.12.04 [칼럼] 동짓날에 주민의 자치를 노래하다 (0) 2017.12.04 [칼럼] 6.4지방선거 단체장 후보에게 바란다 (0) 2017.12.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