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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주민자치, 먼저 백척간두에 서서 다시 진일보해야 하는데
    학회칼럼 2017. 12. 4. 15:24

    백천간두百尺竿頭는 백척이나 되는 높은 장대의 끝을 말한다. 백척이나 되는 장대를 오르자면 먼저 잡을 곳이 없다. 누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오로지 손의 힘으로, 발의 힘으로 온몸을 장대에 밀착시켜서 한 마디 한 마디 스스로 올라야 한다. 높이가 무려 백척이나 되니 얼마나 힘이 들겠는가! 그래서 백척간두의 꼭대기에 올랐다는 것은 최상의 경지에 다다른 것을 말한다. 얻었다 한들 이미 있는 것得之本有이요, 잃었다 해도 본래없던 것失之本無임을 오르는 과정에서 체득한 최상승의 경지다.


    여기에다 진일보進一步하다는 것은 한 걸음을 더 나아간다는 것이다. 장대에 오를 때는 장대라도 의지하여 올랐지만, 나에게 근거하여 혼신의 힘을 다해 올랐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에는 허공 밖에 없다. 의지했던 장대에서 한걸음 내디뎌야하고, 잡고 있던 내 손마저도 놓아야 한다. 의지처를 모두 버리는 것이다.


    왜 그래야하는가. 왜 공들여서 오르고, 오른 자리를 버려야 하는가. 바로 그 지점이 개인의 공부가 도약하는 지점이요, 수행이 상승하는 지점이며, 주민자치가 성공적인 성립을 출발하는 도약점이기 때문이다. 백척간두진일보의 의미를 새겨보기로 하자.

    석상화상이 말했다. 石霜和尙云

    백척간두에서 어떻게 나아갑니까? 百尺竿頭, 如何進步
    또 고덕이 말했다. 又古德云
    백척간두에 앉아 있는 사람은 百尺竿頭坐底人
    비록 들어감은 얻었으나 아직 참된 깨달음이 아니라네 雖然得入未爲眞
    백척간두에서 마땅히 발을 내딛어야 百尺竿頭須進步
    시방세계에 온 몸을 드러낸다네. 十方世界現全身


    그리고 위의 대화에 대해 무문혜개無門慧開가 다음과 같이 평評했다.

    나아 갈 수 있고 進得步
    몸을 바꿀 수(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飜得身,
    다시 어느 곳이 싫다하여 존귀하다 하지 않으리오? 更嫌何處不稱尊
    그러나 비록 이와 같으나 말하여 보라 然雖如是 且道
    백척간두에서 어떻게 나아가는가…. 아! 百尺竿頭, 如何進步? 嗄

    무문혜개無門慧開가 송頌하기를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정문頂門의 눈을 멀게 하고 却頂門眼
    정반성定盤星을 잘못 알게 하였네 錯認定盤星
    몸을 던져 목숨을 버린 짓이니 拌身能捨命
    한 맹인이 뭇 맹인을 이끄는 것일세. 一盲引衆盲

     

    불교뿐만 아니라 신유학의 거장인 송대 주희의 답공중지증서答鞏仲至書에서도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백척간두에서 다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百尺竿頭, 更進一步


    주민자치는 먼저 백척간두에 서야 한다. 하기 싫어도, 하기 힘들어도, 스스로 하겠다는 마음과 스스로 해내는 노력을 형성하는 것이 필요조건이다. 그리고 그것을 해내야 한다. 그러므로 주민자치 정책은 주민이 백척간두에 서도록 하는 것이어야 한다. 서울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주민자치위원회 해체시도는 흐름에 정반대로 치닫겠다는 정책이요, 자치에 대한 우매함과 오만함으로 저항을 초래할 것이다.


    주민자치는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을 충분조건으로 한다. 자신을 버리고 주민을 담으라는 것이다. 귀를 열어서 주민의 소리를 들어서 주민의 뜻대로 되어 지도록 하되, 바르게 되도록 하라는 것이다. 서울시의 주민자치는 시장의 몫이 아니라 주민의 몫이다. 시장이 자신의 뜻을 버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면 주민의 좋은 뜻이 저절로 담겨질 것이다.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먼저 백척간두에 서시라. 그리고 다음,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시라. 그러면 서울시민이 담길 것이다.

     

     

    2015년 2월

    한국자치회장 전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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