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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주민자치회의 고유성은 무엇인가?학회칼럼 2017. 12. 4. 16:11
주민자치회는 주민住民과 마을地域, 그리고 공동共同에 기반을 둬야 한다. 말하자면,‘ 마을에서 주민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주민자치의 본령이다. 지금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반상회를 살펴보고 한국의 주민자치회와 일본의 정내회를 비교하면서 주민자치회의발전 방향을 가늠해 보기로 한다.
아직도 남아있는 일재 잔재, 반상회
일제 강점기 시 일제는 조선에는 없던 읍·면 계층을 설치해 주민생활의 대부분을 행정영역으로 편입했으며, 그것도 모자라서 1917년에는 반班을 조직하고 반상회班常會를 실시해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했다. 일제가 물러 간 이후에도 일제의 애국반상회를 폐지하지 못했으며, 주민자치로 발전시키기는커녕 1961년에는‘ 지방자치단체법’과‘ 시·군·통·반 설치조례’를 제정해 법적 근거를 갖춘 뒤, 중앙정부의 지배체제의 강화를 위해 관 주도로 반상회를 실시해 온 국민이 의무적으로 참가하도록 했으며, 매달 운영했다.
그러나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근자에 들어서는 관주도의 반상회가 다소 유명무실화 됐는가 했는데, 교육부가 25일 열리는 ‘10월 반상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홍보해달라고 행정자치부에 공문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성남시장이 경기도를 통해 성남시에 보낸 공문을 공개하면서 “반상회를 동원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홍보 협조를 거부한다”고했다.탈바꿈 하지 못한 반상회가 다시 논란의 대상이된 것이다. 현 제도상의 반상회는 아직도 남아 있는‘식민의 유산’이자‘ 독재의 잔재’다.
주민자치회로 전환하지 못한 읍·면·동
일본은 대동아전쟁 중에 전시동원을 위해 행정의 말단조직성격으로 정내회町內會를 설치했다. 그러나 군정시기에는 강제로 해체됐다가 군정 후에는 주민의 자치조직으로 전환해 다시 정내회로 재조직화 됐다. 말하자면, 정내회는 국가의 행정하부기관 성격
으로 조직됐다가 해체됐으며, 다시 주민자치조직으로 재조직화되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우리의 반과 유사한 성격의 인조隣組는 정내회의 하부조직으로 편제돼 있다. 정내회는 관치에서 자치로 질적인 변환을 거쳤으며, 인조를 기초로 조직적으로도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읍·면邑面은 일제강점기 시 조선총독부가 통치와 수탈을 위한 말단행정기관으로 설치했으며,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그리고 근대화 이후에도 최말단 행정기관으로 존치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제 시에 조직했던 반班 조직은 읍·면이 직할하
여 애국회니 국민회니 재건회니 하는 형식으로 면면히 이어져 오다가 1976년에 읍·면·동의 하부조직인 통統과 반班으로 재조직화 됐다.살펴본 바와 같이 일본은 관치형태의 정내회에서 출발했지만 해체하고, 다시 주민주도의 정내회로(명칭은 동일하지만) 질적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쳐서 오늘의 주민자치로 발전시켜왔다.
우리는 일제가 만든 읍·면을 아직도 말단행정조직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자치계층이 아닌 행정계층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민자치의 영역에 행정계층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어서 말단행정도 기형화돼 가고 주민자치의 설자리마저도 빼앗고 있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고유성을 갖고 있다. 그 고유성이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주민자치의 고유성
주민자치회의 지위와 성격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공공성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 전통적으로 국가가 담당하는 공公과 주민의 영역인 사私의 이분법적인 구도에서 주민자치회는 국가의 ‘공’과 주민을 대표하는‘ 사’의 이중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민자치회는 단순하게 국가와 주민 간의 갈등 사이에 존재하는 이중기구여서는 안 된다. 말 그대로 자치를 할 수 있는 격格을 부여받아야 한다. 일본에서는 그것을 공도 아니요 사도 아닌 공공公共으로 명시해 공사公私를 공매共媒하거나, 공사가 공창共創하는 영역을 상정하고 있으며, 그 영역에서 주민자치를 기획하고 있다.
정부의 행정기관도 아니요, 주민들의 사적인 조직도 아니면서 주민의 자치라는 공공을 담지할 수 있는 고유한 지위와 성격을 주민자치회에 부여해야 한다. 필자가 주장하는 공공은 국가의 공公이면서 동시에 주민의 사私인 공사의 교집합이 아니라, 국가의 공도 아니면서 동시에 주민의 사도 아니면서, 국가의 공과 동시에 주민의 사가 매개되는 영역이거나 창조되는 영역을 말한다.
다시 말하지만, 공공은 국가의 행정력만으로 형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요, 단순히 주민들의 사적인 의견의 집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공공은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자율을 이뤄내는 기획으로 형성해야 하는 매우 중차대한 과제다. 행정기관의 위임사무와 위탁사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 주민자치회를 성립할 수 없다. 하부행정기관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주민자치회가 결코 성립되지 않는다.2015년 11월
한국자치회장 전상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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